'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 최종회.

대학병원의 진료예약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진료 받고자하는 교수님은 보통 5~6개월 이후에나 예약이 잡혀 급하다는 환자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다.

진료과 간호사를 바꿔주고 내용을 또다시 설명하고 나서야 간신히 일주일 후로 날짜가 잡혔는데 성대마비는 곧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는 특징 때문인 듯 하였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것은 목소리는 전혀 이상이 없고 그대로라는 것이었다.

쉰 목소리 또는 아예 목소리가 안나와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위식도역류증에 먹는 약도 다먹고해서 다시 이비인후과를 갔다.

갑상선과 폐검사를 하였고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하자 의사는 다시 한번 후두내시경을 해보자고 하였다.

이번에도 최대한 혀를 길게 내뽑고 거북하지만 하라는대로 " 아~~~이~~~~" 하면서 숨을 크게 쉬고 꿀꺽 침을 삼켰다.

" 어라? 움직이네."

" ??????"

" 오른쪽 성대가 움직여요. "

" 움직인다구요.? 마비가 아닌거예요?  아 놔~ 뭐 이런경우가 있대요."

" 일시적으로 마비증세가 왔었나봐요. 지금 보니 괜찮네요. 서류 필요하시면 ....."

" 됐습니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걸어 가면서 한동안 황당하고 불쾌한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조금 더 신중하게 진료를 보고 난 후 조심스럽게 기타 검사를 해보라고 할 것이지, 유방암 전이가 의심된다는둥 갑상선이어쩌구 폐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바람에 검사하고며칠동안 신경쓴것이 한심하고 힘이 쭉 빠져 버렸다.

이무래도 코로나19검사하고 이틀동안 격리되어 음성판정까지 마음조리고 놀랐던 가슴이 마치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내가 그런 꼴이었나보다.

그래도 이만하기를 다행으로 알아야겠지. -  (끝)